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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리는 삶/꿈

삶의 방식

  보보(步步)는 구름을 가꾸었다. 구름을 가꾼다는 행위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은 아니었기에 소소(小笑)는 그 모습을 보면 그냥 그러려니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보보가 애써 폭신하게 일궈놓은 구름위로 별바라기 한그루를 정성스레 옮겨 심는 것을 보곤 이마를 탁치며 진작 그를 말리지 않은 것을 후회 하였다.


  구름을 가꾸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습도를 항상 비슷하게 유지하여야 맑은 빛깔과 잡티하나 없는 순백을 유지 할 수 있었다. 관리가 반나절만 소홀하더라도 구름은 금방 먹빛을 머금더니 와- 하고 비를 쏟아 내리며 사라지거나, 퍼석퍼석 솜뭉치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흩어지기 쉽상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크기며 형태를 보기 좋게 잡아 놓은 상태라도 한순간의 방심은 짓궂은 바람에 애써 만들어놓은 구름뭉치를 저 하늘 건너로 날려 보내거나 아니면 아예 반으로 셋으로 나눠버리기 일수였다.


  하지만 이렇게 애써 가꿔놓은 구름뭉치는 하늘에서만 자라나는 수목을 가꾸기에 제격이기에 원예가들은 정성들여 구름을 키우기도 하였고, 또 비싼 돈을 주고 서로 거래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소소는 보보가 구름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의 이들이 그러하듯, 그가 구름을 가꾸어 팔려 하는것 인줄만 알았다. 보보의 섬세한 성격은 충분히 구름을 가꾸고도 남을 것임을. 그녀는 예상하였으나 그 예상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고 말았다.


  “보보. 보보. 지금 심고 있는 것이 무슨 나무인줄 알아?”


  소소가 조심스럽게 묻자 보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소소를 뒤로하고 별바라기 뿌리를 조심히 구름 한가운데 묻었다.


  “얼마전 일하러 아래로 내려갔을 때 말이야. 지상의 외딴 섬에서 발견했어. 참 아름다운 섬이었는데, 참 멋지게 흐트러핀 꽃들도 있었고 바람에 살랑이는 예쁘고 수려한 가지를 가진 나무들도 있었지만 난 이 아이가 너무 눈에 밟히더라구. 그래서 대리고 왔어. 대리고 온지는 몇일인데 이제야 앉을 자릴 줄 수 있게 된거야. 기쁘고 또 미안하네.”


  “하아, 보보. 너의 취향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 지금 너가 심고 있는 것은 별바라기라구. 별바라기. 저 우주에 맺혀 있는 별들의 숫자만큼 많고 흔하다는 그 별바라기야. 그런데 그렇게 애써 만든 구름뭉치를 그런 것에 허비할 생각이란 말이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파헤친 구름을 매꾸고 좋은 가격에 사줄 사람을 찾거나, 보다 나은 식물을 심으렴.”


  소소는 자뭇 진지한 어조로 보보에게 충고했다. 그런 소소를 쳐다본 보보는 그저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 있잖아, 소소. 우리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 소소 너는 너 하나 뿐이고 나 보보는 나 하나 뿐인 것처럼, 이 아이도 그저 하나의 별바라기가 아닌걸. 내가 찾아서 내가 말을 걸었고 내가 이름을 붙여줄꺼야. 소소나 나에게 나의 소소이듯이 이 아이도 이제 나에게 특별히 소중한 별바라기가 되는거야. 그러니까 이런 작은 정성 같은건 하나도 아깝지 않아. 그리고 이 아이는 말이야. 적어도 한가지는 우리기 분명히 배워야 할 점을 가지고 있는걸...”


  보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별바라기를 심는 것이 끝났다. 뿌리가 완전히 구름에 안착되고 분무기를 통해 일말의 수분을 더하자, 조금 말라있었던 이파리들과 고갤 숙였던 소박한 꽃망울이 피어올랐다. 아이 허리의 반춤크기. 마른가지와 투박한 잎새들을 지는 별바라기의 꽃은 그렇게 피어나자마자 하늘의 한편을 바라보았다. 빼곡 고개를 들고 피어난 은빛 꽃은 소박하였으나 너무도 순결하였고, 또 너무도 아름답게 비춰졌다. 소소는 커다란 눈망울로 별바라기가 바라보는 하늘 한켠을 보았다. 하늘은 서서히 어스름이 지고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노랗고 붉게 물들어 내려앉은 태양 너머로 작은 별하나가 보였다. 보보가 심은 별바라기가 바라보는 단 한 개의 별일 것이다. 씨앗일 때 선택해서 평생을 바라본다는 단 한 개의 별. 반려자의 별. 소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보의 단단한 손이 소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단 하나를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 말이야. 그런 마음이 그런 몸가짐이 평생이 지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야. 나는 이 아이가 자신의 별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볼 수있도록 조그마한 배려를 했을 뿐이란다.”




- 변하지 않는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을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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