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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폭풍속의 촛불 집회. 그리고 십대.

칠십 몇뻔째 촛불 집회더라?


근래 집회가 잦아서 더이상 세기도 어려울 정도.


나는 촛불을 꽤나 들었다고 자부하는 바이다.


직장 여건도 그렇고, 뭐 내 가치관도 그렇고해서 촛불을 자주 든다.


그런데 이번 집회 이전에도 촛불도 들어보고 주먹도 들어보았던 나이지만,


이렇게 폭풍속에도 집회를 가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니, 이번 촛불집회처럼 철야를 해가면서 하는 집회 자체가 없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듯, 이란 표현이 있는데,


19일 밤이 그랬다.


미친듯이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는


우산에 구멍이 없어도 물이 새고,


우비를 입었어도 땀과 들이치는 비로 옷이 젖을 정도였다.


그런 악천후에서도 사람들은 1만명 이상 모였고,


경찰들의 강경진압와 6시간이 넘는 가두 시위 끝에 남은 사람들이


1천명이 넘었다.


대단하고-


또 존경스러울 뿐.





그리고 이번 집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십대들의 등장.


기존부터 촛불소녀 등 십대 들의 참여가 이슈화 되어있었는데


이번 집회에서는 더욱더 집단화된 십대들이 등장한 것이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전청련(전국 청소년 연합)', '10대연합'이 바로 그것이다.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대학생이나 노조, 특이 목적의 집단 처럼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전청련의 깃발을 본 나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대학생 집단이 있나, '전청련'이라는 이름을


기억속에서 곱씹어 보았었다.


그러다가 가두시위중 전청련 깃발에 가까워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서야 그 깃발을 든것이, 까치머리 스포츠머릴 한 중고생이요


마스크를 귀에 걸치고 올래졸래 뛰어당기는 어린 여자아이들이란 것을 알았다.



놀라웠다.


내가 10대 일 때 과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어릴 적엔 그나마 또래 보단 세상사에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 아해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같은 기조 안에 집단을 이루고 깃발을 들고, 의견을 피력한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조금은 실천 할 수 있었던 것인데.




나는 이런 십대들에 대한 경탄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능동적 실천에 대한 경탄이오.


인터넷에서 보고 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들에 대한 어설픔 흉내내기가 아닐까가


그 걱정이다.




이름에서부터가 딱 그러한 기분이었다.


전청련, 10대연합 = 한대련, 전대협, 한총련


왠지 어설프게 대학생들을 따라 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쉬이 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전경들이 온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포위되었다는 소리에


주변의 소리에는 아랑 곳 없이 전방으로 달려가는 어린학생들.



무서웠다.



그것이 젊은 혈기요 열정(이거 쓰다보니 내가 왠지 늙은 것 같아 슬프네 -_ㅠ)


에 솓아나는 용기 일 수도 있고, 꺽을 수 없는 의협심일 수 도 있지만.





집단을 형성할 경우 한 두번 쯤은 겪게 될 맹목적인 열병이 되지 않을까..






촛불집회에 참가한 모두들,


특히 어린 십대들이 자랑 스럽다.



하지만 이런 십대들이,


정치적 노름판에 판돈이 되지 않기를.


잔혹합 진압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두손 모아 기도하는 바이다.


물론 나도 앞서 한걸음 두걸음 내 딛겠지만.


내 옆에 다쳐 있는 것이 십대 어린 아이들이기 보다는,





그들을 보호하고 이끌어 줄 어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